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떠한 사회현상의 원인을 생각해 볼 때, 미시적(micro, 微視的) 접근방법과 거시적(macro, 巨視的) 접근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탄핵 사유에 대해서 본 지면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탄핵 이유 분석 중에서 가장 거시적인 접근을 취해보고자 한다. 즉, 가장 ‘큰 틀’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 때문에 탄핵(彈劾)이 되었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돈 문제 때문에 탄핵이 되었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한 개인비리가 있어서 탄핵이 되었는가? 아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탄핵이 되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된 것은 대한민국 적성세력과 체제전복세력에게 특정 시기에 국내외 정치적 환경에 대한 상황 변화 가능성이 제기될 때 박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가능성 때문이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대북군사옵션도 마다 하지 않을 인물로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리고 한국에서 대북문제에 대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북무력사용 문제에 대해 의견이 합쳐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적성세력과 체제전복세력에게는 자신들의 사활(死活)이 걸린 치명적인 위협요소였다.
‘모든 전후사정의 정황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한때 실제로 ‘대북무력사용’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시에 이를 몰랐겠지만, 그의 이러한 결심과 의사결정은 대한민국 최고 권부(權府)에도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대북군사옵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맹국 정부의 전폭적인 이해와 협조,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야 대북무력사용 또는 대북군사옵션이라는 것이 시쳇말로 ‘나가리’가 되었지만, 한때의 특정시점에서는 실제로 일시적이나마 결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후 (북한과 그 추종세력, 협력세력이 대북공격을 피하고자) 표면적으로는 미북 간에 ‘회담 국면’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그 결정은 유보되었고 이후 폐기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사실상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적인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나가리의 사전적 의미: 1. 화투에서 이긴 사람이 없어 판이 무산된 것을 이르는 말 / 2. 계획이나 약속이 깨지거나 중단되어 무산되었을 때를 속되게 이르는 말(네이버 사전, 이하 동일))
북핵과 ICBM 문제가 지금은 표면적으로 사그러든 것 같아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에 장차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은 ‘시간문제(時間問題)’이다. 그때는 해결이 어려운 국면이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정보기관의 전략가들이나, 일본의 전략가들이나, 중국의 전략가들이나, 북한의 전략가들이나, 본지(本紙)를 비롯해서 한국의 최고 수준의 전략가(戰略家)들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의 치명적인 약점이 전략가의 분석과 예측이 정책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전략가의 분석과 정치인의 이익이 항상 일치되고 부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략가는 국가전체의 이익에서 관점을 접근시키는 것이고, 정치인은 그가 역사에 남을 ‘큰 정치인’이 아니라면, 자기의 이익(私益)을 공익(公益)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그런 부류의 정치인이다.
미국도 장점이 엄청나게 많고 힘이 엄청나게 큰 국가이지만, 자체적으로 치명적인 약점(弱點)도 가지고 있다. 정치권력을 담당한 행정부가 주기적으로 교체되고, 국제관계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치인이 대중들을 대상으로 포퓰리즘적인 ‘미봉책(彌縫策)’에 머무르는 경우, 정책목포 달성이 어려운 대상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추진이 어려운 형편이다. (미봉책의 사전적인 의미는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계책(計策)을 말한다)
미북 간의 1차 회담인 ‘싱가포르 회담’은 실질적으로 ‘사기(詐欺) 회담’이었고, 트럼프가 김정은과 종북세력의 ‘함정(陷穽)’에 빠진 것이었다. (함정의 사전적 의미: 짐승 따위를 잡기 위하여 땅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약한 너스레를 쳐서 위장한 구덩이)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용어도, 트럼프를 그 참모와 조언그룹으로부터 분리해내고 고립시키려는 치밀하고 교활하게 고안된 고도의(한편으로는 허술하고 허접한) 심리적 공작(operation) 용어였다.
미북 간의 1차 회담인 싱가포르 회담은 가히 항우와 유방의 역사적인 만남이었던 ‘홍문연(鴻門宴)’의 만남에 비길 만 하다. 역사적으로 그런 평가가 나올 만도 하다. 중국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회견이 바로 홍문연의 회견이라고 회자된다.
2차 회담인 ‘하노이 회담’은 처음부터 실질적으로 의미가 거의 없는 회담이었고, 1차 싱가포르 회담의 실패에 대한 미국측의 ‘엑시트 전략(exit strategy)’ 차원의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회담이었다. 1차 회담이 함정에 빠져 실패했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해서 담당자를 소환해서 회담 전후 경과와 책임 소재를 따져 물을 경우, 폼페이오를 비롯해서 책임자들이 줄줄이 불려가 문책과 망신의 대상이 될 처지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의’를 최종적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포함된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애초부터 비핵화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 진의에 대한 확인은 시쳇말로 ‘확인사살(確認射殺)’에 불과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최서원(최순실)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생존과 적화통일을 위한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 조작과 선전을 통해서라도 박근혜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끝)
[애국뉴스 사설] 2020년 5월 26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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