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는 애국진영도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키워야 할 때

이제는 애국진영도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키워내야 할 때이다.

이른바 애국진영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데, 그 고질병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산이 아닌가 보다’ 현상이다. 목표와 전략을 임의대로 설정하고 일을 추진했는데, 막상 결과라는 뚜껑을 열어보면 낭패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으로 확인되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상이다.

이제는 과거의 시행착오을 뒤로 하고, 지금부터는 속도 보다는 방향을 중요시 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아무리 입에 단내 나도록 뛰어봐야,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 점을 애국진영은 처절하도록 각성해야 한다.

우리가 어떠한 문제점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사회적 문제나 갈등의 원인을 분석해서, 대안이나 정책을 수립 및 집행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일반적으로는 우리들의 ‘직관’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결과적으로 그 직관이 타당한 경우도 매우 많다.

그러나 어떤 문제나 사안에서 우리들의 직관이 작용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모든 각도에서 그 문제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하고 검토해보면 그 직관이 틀린 경우도 있다. 사안의 본질이 직관과는 다르게 다른 곳에 문제의 소재나 해결책이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은 싱크탱크 활동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연구개발(reseach & development)에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책목표, 사회적 목표에 도달하는데 매우 경제적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지도나 내비게이션을 참조하는 것처럼, 미지의 사회목표를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대해 사전에 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이라고 해서 과거에 시행착오가 전혀 없었겠는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인간과 사회는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애국진영도 그동안 수많은 군자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거나 낭비해왔다. 애국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거나, 곳곳에서 나라를 구하는데 써달라며 애국성금을 보내주었지만, ‘깃발든 자들’이 엉뚱한 산으로 올라갔거나 아예 자기 주머니에 전부 착복만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

애국진영의 노장청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의 싱크탱크가 가능하다. 노년, 장년, 청년이 자기들의 장점과 주특기를 발휘하고, 서로의 빈곳을 채워준다면 지금이라도 세계 정상급의 싱크탱크는 출범할 수가 있다.

노년 인사들의 경우는 그 동안의 인생경험과 경륜, 휴먼 네트워크, 사회적 신뢰자본 등을 동원할 수 있다. 장년 인사들의 경우는 컨텐츠 기획, 생산, 유통 등을 설계할 수 있고, 각종 전략전술 입안과 집행 등을 도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있다.

청년 인사들의 경우 젊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각종 SNS 활동 기획과 추진을 맡아볼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정보를 젊은 세대들에게 확산 및 유통시킬 수 있는 재주가 있을 것이다.

위의 사례는 일부를 제시한 것이지, 위의 분야에만 국한되는 활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싱크탱크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데, 영국이나 일본의 싱크탱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 AEI 등을 필두로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싱크탱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책분석 분야에서는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의 경우에도 허점이 많고 깊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깊지는 못하다. 거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적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우파에서도 그동안 그 무슨 연구소라는 ‘간판’이 걸린데가 있었는데, 명실상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싱크탱크 산업과 활동의 핵심 중의 핵심은 바로 ‘인적자원’인데,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사람들의 수준과 깊이가 그 이름에 걸맞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출연 연구소들은 한국적 풍토에 비추어서, 정권의 향배에 따라 그 연구결과나 방향이 ‘춤을 추는 경우’도 많다. 민간영역의 연구소들은 자본의 논리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재야에서는 일부 역량있는 인사들이 있었지만, 큰틀에서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출범시키기에는 이해도 부족했고 능력도 부족했다.

이제는 애국진영도 R&D의 중요성을 느껴야 한다. 연구개발이나 전략전술의 수립 없이, 아무 산이나 마구 오르는 폐해를 완전히 없애 버려야 한다.

삼삼오오 뜻이 맞는 사람들이 가까운 동네 야산을 운동삼아 오르는 것쯤이야,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이내 되돌아 올 수 있다. 그러나 수만 이상, 수십만 이상의 대병력을 지휘하는 장수라면, 반드시 대군을 움직이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어떠한 전략적 목표 아래 어떠한 전술적 운용을 할 것인지, 반드시 ‘군대를 움직이기 전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애국진영은 장수도 문제가 있었고, 병졸들도 문제가 있었다. 장졸 모두 각성하고 분발해야 한다. 시쳇말로, 또는 우스개말로 ‘당나라 군대’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보수우파 진영이었다.

(물론 애국진영과 보수우파진영은 그 범위의 크기가 다른 어휘이자 집단이다. 보수우파진영은 애국진영의 부분집합이며, 애국진영은 보수우파진영의 전체집합이다.)

앞으로는 ‘나를 따르라!’ 라고 해놓고는, ‘이 산이 아닌가 보다!’ 라고 하는 행태와 시행착오는 애국진영에서 없어져야 한다. 그것은 세계적인 싱크탱크 출범과 육성이 필요한 명확한 이유이다. (끝)

[애국뉴스 사설] 2020년 5월 22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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