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야의 활동단체 또는 활동인물 중에는 군 출신 인사들이 있다. 평생 또는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그들의 노고와 기여에 심심한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군문을 나서고도 국가안보를 위한 그들의 충정어린 각종 의견을 애국시민들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군 장성 출신 인사들이 결성하거나 그들이 모인 단체들이 있다. 성우회가 대표적이고, 재향군인회에도 그들이 있고, 비교적 최근에는 대수장이라는 단체도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모두 국가안보를 위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일부 불협화음이나 각종 잡음을 일으키는 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국가발전과 국가안보에 대한 군 출신 인사들의 기여는 평가받을 만 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면, 그들의 활동도 눈부시게 빛나야 하고 그들의 성취도 크게 축적되어야만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별값, 이름값에 비해서 그동안 국민적 임팩트가 상당히 부족했다. 왜 그럴까? 라고 생각볼 만도 한 시점이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장성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접하고 들을 기회는 별로 없지만, 재야에서 활동하는 예비역 장성들은 애국시민들이 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있다. 물론 현역 시절과 퇴역후 시절에서 말할 수 있는 경험치와 한계치는 다르겠지만, 그 일단이라도 들어보면 나머지 사항도 대략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글자그대로 군복 어깨에 빛나는 별을 1~2개씩, 또는 3~4개씩 달아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한두사람도 아니고, 몇 명도 아니고, 상당한 숫자의 장성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들이다. 그런데 그런 예비역 장성들의 단체들은 이름값과 기대치에 비해서 항상 활동결과가 신통치 않다. 왜 그럴까?
상당한 연구과제에 해당 되는 학문적 주제가 되기도 하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직관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그 이유를 분석 또는 유추해 보자.
국가안보에 대한 그들의 식견과 경험은 대단히 존중받아야 한다. 군조직 특성상, 군복무 특성상, 그리고 최고 지휘관 또는 대부대 지휘경험을 가진 사람의 의견은 일반대중들이 결코 쉽게 이해하거나 따라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단히 아이러니(irony) 하게도, 그들의 지식과 정보와 경험이 ‘군사적(military) 측면’에 주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군사분야에 관해서는 그들이 타분야 전문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전문가이겠지만, 대한민국 안보불안의 제반 요소를 고려하면 그들의 인식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쉽게 말해서, 그들은 ‘군대만 알지’ 다른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보위협은 절대로 군인들이 군사분야의 지식과 정보, 경험만 가지고는 이해할 수가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적성세력과 체제전복세력은 다양한 전략전술을 가지고, 기만전술을 기반으로 해서, 언론환경을 장악하고, 시민사회세력을 조종하며, 정치권을 필두로 제도권의 각 요소를 접수했거나 나머지도 접수해 나가고 있다. 그들의 체제전복활동에서 ‘군사분야’는 오히려 제한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물론 군대 내에도 반국가세력이 침투하려고 하고, 국방태세약화에 각종 교묘한 공작이 있겠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의 군사분야 뿐만 아니라, 국가사회 전체분야를 대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군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교묘하고 심층적인 차원에서 그들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 애국세력의 군출신 인사들, 특히 장성 출신 인사들, 그리고 그들이 결성한 예비역 장성 단체들이, 그 어마어마한 별값, 이름값에 비해 활동이 초라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활동과 식견이 주로 ‘군사적인 분야’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예비역 장성들이 언론이나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각종 무기체계가 어떻고 북한의 군사상황이 어떻고 하면서 떠들지만, 정작 북한의 주특기이자 최대 위협요소인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요소’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예비역 장성들이 모여서 ‘나라 망한다’고 웅성웅성하고 탄식하지만, ‘나라가 계속 망하고 있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체제전복세력들의 교활하고 예리한 ‘비군사적인 전략과 전술, 그 위협’에 대해서는 현역, 예비역 가릴 것 없이, 장성들의 이해가 태부족이다.
이제는 재야에서 활동하는 예비역 장성들도 그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에서 군사분야 뿐만 아니라, 특히 문화분야, 언론분야, 컨텐츠 분야, 예술분야, 정신세계, 비전통적 국가안보위협 등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안보환경은 군인들만으로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군인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힘을 합쳐야 그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부지깽이라도 들고 집을 나서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다. (끝)
[애국뉴스 사설] 2020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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