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를 통해 미국 동향을 파악한다는 사람

이른바 보수우파 진영에서 활동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자기는 미국의 방송을 직접 보고 미국의 신문을 직접 읽으면서, 미국의 정세와 동향을 파악한다고 공공연히 또는 은연 중에 ‘자랑하듯이’ 말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자면, (보통의 교수나 학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른바 보수우파의 논객을 자처하며 국제정치에 관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어떤 학자가 있는데, 자기는 미국의 폭스뉴스를 보면서 미국의 동향과 뉴스를 파악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보수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들도 가끔씩 폭스뉴스의 논평가 얘기를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소개하거나 인용하기도 한다. 보수단체 행사의 연단에서 판사 출신의 어떤 변호사는 굳이 영어로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절대로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대중들을 상대로 답답할 정도의 어눌하고 조잡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자신의 영어실력 자랑(?)을 심심찮게 하고 있다. 

  어떤 보수 정당의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어떤 여자는 미국변호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충격적으로’ 영어를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그 정당에서 작년과 올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서 나름대로 활동을 하려고 한 모양인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의 통역을 맡은 젊은이가 있었지만, 그 정도의 통역 내용과 실력으로는 여러 측면에서 역부족이었다. 그런 식으로는, 그리고 그런 실력으로는 미국에서 절대로 ‘임팩트(impact)’ 있는 활동을 할 수가 없다라고 잘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 오늘날의 대한민국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한국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과연 정확하게, 깊이있게 한국정세를 파악할 수가 있는 사람이겠는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방송과 신문에 나오는 내용은 피상적인 수준의 얘기이고, 실제 그 바닥에서 움직이는 진정한 흐름은 결코 대중매체를 통해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정치에 관해 유튜브 논평 방송을 하는 어느 교수 출신의 학자는, 자기는 폭스뉴스와 미국매체를 통해 미국뉴스를 가장 신속하게 입수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린 말이고 성립할 수가 없는 말이다. 

 대중들이야 매체를 통해 뉴스를 입수할 수 밖에 없겠지만, 원래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소식은 가장 늦게 보도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는 폭스뉴스를 통해 미국뉴스를 신속하게 접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사실 ‘가장 늦게’ 미국 돌아가는 상황을 접하는 사람이다. 물론 대중 차원에서는 그보다 더 늦은 사람이 훨씬 많거나 대부분일 것이다.

 폭스뉴스는 한때 미국 미디어업계에서 큰 반향과 돌풍을 일으키며 ‘폭스뉴스 효과’를 인구에 회자시킨 바 있다. CNN이 너무 밋밋해서 볼 만한 내용도 없고 아주 지루한 방송을 하던 시절에, 폭스뉴스는 과감하고 화려한 편집, 매우 속도감 있는 내용 전개, 출연자들의 거침 없는 입담 등으로 미국 미디어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폭스뉴스는 정통 언론방송이라기 보다는 특정이념세력의 선전매체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미국 사회를 제대로 보고자 하거나 볼 줄 아는 엘리트라면, 절대로 폭스뉴스를 통해서 그 방송에 의지해서 미국사회를 관찰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폭스뉴스는 너무 편향적이고, 너무 편협하고, 너무 선전논리에 기반해서 방송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균형을 가진 언론매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선전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요즘 어떤 소재의 얘기를 그 방송이 하고 있는지 가끔씩 참조 정도는 할 수가 있겠다. 

 그래서 소위 보수우파 일각에서 누군가 ‘나는 폭스뉴스를 통해서 미국을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거나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 사람은 미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구나’라고 해석하면 된다.  

[애국뉴스 사설 2019. 12. 02.]
www.aeguknews.com